모든 웹사이트 제작의 시작은 가볍다. 보내준 자료를 토대로 초안을 작성한다.
초안을 고객에게 선보이면 그때부터 각양각생의 반응들을 만난다.
가장 긴장되면서도 예상할수 있는 반응들이다.
그냥 예쁘게 해주세요. 이 사이트랑 똑같이 해주세요.
초안을 손에 들면, 갑자기 없던 가슴 속 깊은 곳의 ‘ 완벽주의 디자이너 ‘ 성향을 만난다.
100프로 마음에 들리 만무하다.
초안은 고객과의 커뮤티케이션을 위한 접점이다.
딱 부러지게 표현하지 못한 머리속 그림과 초안을 대조하기 시작한다.
나의 홈페이지와 다른 사이트들을 거의 씹어 먹을 정도로 뜯어 보기 분석에 들어간다.
제작업체는 고객 분의 머리 속을 다 볼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그 예상이 빗나가기 마련이다.
어떨때는 디자인하는 우리도 전혀 차이를 모르겠는 두가지를 비교하며, 이렇게 말고 저렇게 해주새요! 하고 요청한다.
좀 수정이 필요할거 같아요~! 라고 요청하면, 우리는 다시 되묻는다. 어떤 부분 수정이 필요하실까요?
글자 폰트. 크기. 굵기. 이미지 소스. 레이아웃. 문구. 로고 위치. 사이트 하나에 담겨있는 요소는 너무나 많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것은 수정 요청하는 부분이 100명이면 100명 모두 다 다르다.
같은 페이지를 보고 있지만 모두의 시선은 제각각이다.
관련 이미지들을 나름 찾아서 웹사이트 반영 했더니 고객분이, 더 괜찮은 사진을 요청한다.
직접 촬영하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
특히나 특수 분야의 사진은 더욱 난해하다.
직접 고를수 있도록 이미지 사이트를 보여드렸더니 두세시간뒤에 연락이 오셨다.
쉽지가 않네요 이사진은 어떻게 찾으셨어요? 시간많이 걸리셨겠어요. 이사진이 제일 낫네요.
결국 우리가 고른 사진으로 확정이다.
선택권을 주면 오히려 우리의 노고를 이해해주신다.
모든 디자인은 마지막 10% 마무리를 위해 전체 에너지의 90 % 를 쏟아야 한다.
초안 작성 까지의 제작 시간보다 고객의 세세한 피드백 반영 작업이 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당연하다.
이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구체적 기획자료를 제작 전에 최대한 많이 요청해도 결과는 늘 똑같다.
사업 기획이라는 것이 무자르듯 딱 자를수가 없고 계속 개선되고 변동이 있기 마련이다.
홈페이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수정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직접 짓는 건물이라면 시공 완료한 자재 변경은 수천만원 수백만원의 손실이지만 가상 공간은 아니다.
그냥 편집모드에서 몇가지 바꾸면 하루이틀마에 적용이 된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갈피를 못잡는 경우도 많다.
오늘은 화이트가 예뻐보였는데 밤새 생각하니 레드로도 하고 싶다.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12번 더 변한다.
기능 문제가 아니라 고객의 계속되는 변심과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은,
갑자기 나타난 ‘완벽주의’ 로 곤혹을 치른다. 결국 이렇게 수정만 하다가 오픈일도 미뤄진다.
도대체 홈페이지 완성은 언제쯤 되는 것일까?
글쎄. 홈페이지 폐쇄하는 날까지 100% 완성은 되지 않을 것이다.
집도 매장도 사업도 완벽은 없다.
필요하면 그때그때 고치고 개선해야 한다.
오히려 시작전 보다 운영하며 실용적인 개선 방법들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A/B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어떤 페이지가 더 반응이 좋을지 모르기 때문에 A 버전과 B 버전으로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그 테스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나는 A 를 선호하지만 고객은 B 를 선호할 수도 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고객의 무의식 행동패턴을 100% 파악할수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홈페이지를 오픈 전에 만들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오류다.
고객이 직접 편집할 수 있도록 영상 메뉴얼을 제공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끝나지 않는 수정으로 시간을 허비할수는 없는 일이다.
수정을 요청한다고 매번 그걸 시간으로 환산하여 추가 요금을 요청하는 것도 내 성격에는 맞지 않다.
어렵지 않은 수정을 스스로 할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 메뉴얼은 항상 효자노릇을 한다.
확실한 기획이 없으면 중심을 잃는다.그리고 이것저것 다 넣다 보면 홈페이지는 짬뽕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쌍거풀 수술 했더니 코가 작아보여 코를 세우고 얼굴 전체를 뜯어고치는 것과 같다.
프랑켄슈타인이 되어 가더라고, 고객이 스스로 예쁘다고 만족한다면 그건 성공한 작품이다.
우리는 을이다.
아닌 줄 알면서도 고객이 확고하다면, 고객의 요청대로 수정하는게 우리의 숙명이다.
방문객은 홈페이지를 주인처럼 샅샅히 보지 않는다.
그냥 쓱 훌고 지나 간다. 1~2초 만에 고객을 사로잡는 것은 글자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 텍스트 수정하느라 중요한 오픈 시기를 놓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80~ 90%만 완성하고 나머지는 운영하며 개선한다고 생각하고 힘을 뺴야 한다.
남은 10 % 완성을 오픈 전에 완료하려다가, 오히려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서, 질려버리고 중요한 사업 운영에 신경쓸 여력이 없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