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귀차니즘으로 테라픽셀 부도위기??

회사 운영 초창기에 인도 파트너사 대표와 거의 매일밤 스카이프로 대화하느라 밤 12시를 넘겼다.

사실 대화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코칭에 가까웠다. 천당과 지옥을 하루에도 몇번씩 왔다갔다 했던 날들이다.

며칠전 테라픽셀의 매달 성장을 보며 한마디 던진다.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1년전만해도 사소한 것 다 알려줬는데 말이야~! 하며 놀렸다.

인도 파트너 회사는 직원이 15명이다. 영국 미국에 지사가 있고 전세계에서 오더를 받기 때문에 작지 않은 회사이다.

워드프레스 웹사이트 플러그인 개발 뿐만 아니라 워드프레스용 어플 개발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마 이 친구가 아니었으면 테라픽셀이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다른 웹사이트 개발건으로 인연이 되었는데, 웹사이트 제작 에이전시를 운영해보는게 어떻겠냐는 그의 제안으로, 우연히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큰 회사가 하루는 자금난으로 투자자를 모집중이라 실토했다. 아니 왜? 재고도 없는 100% 서비스업이 왜?

사정은 이랬다. 보통은 고객이 발주를 하면 몇개월이 거리는데 개발하다보면 실제 기간보다 오바되는경우가 허다하다.

보통 제작이 완료 되어야 잔금을 받고, 그 잔금 마저도 몇달씩 뒤에 지급하기도 하니 일이 많은 만큼 미수금도 많다는 것이다.

고객의 귀차니즘으로 테라픽셀에 위기가 찾아오다!

우리도 어느 순간 비슷한 위기를 처했다. 정식 발주 받은 프로젝트는 약속한 스케줄에 최대한 맞춰 초안을 제작한다. 정말 급하다 하시면 며칠만에도 뚝딱 제작해드린다.

고객님 급하다 하셔서 빨리했습니다! 고객님???

고객의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급하다는 그 고객님은 어디갔을까. 눈깜짝하면 한달은 훌쩍 지나간다. 피드백 오는데 한두달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게요 어서 해아하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다음주 컨텐츠 준비할꼐요~!

그리고는 이 프로젝트가 잠정적 홀딩 상태가 되어 버린다. 50% 를 선 입금 할 당시의 의지는 온데간데 없다. 긴박하다고 한 그 긴장감도 사라졌다.

모든 사업이 어떻게 계획대로 진행되겠냐만은, 문제는 고객의 변심과 스케줄 변동은 곧 우리에게 미수금이이 되어버린다. 초안 완료는 일의 80% 가 끝났다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각종 세팅이 완료되어서 마지막 마무리만 남겨놓은 것과 다름없다. 이 20%는 고객의 세세한 피드백을 반영하며 함께 마무리 한다. 근데 고객의 <다른 업무로 지금 바쁨 > 이 홈페이지 오픈을 잠시 미룸 으로 결정하는 순간이 우리에게는 50% 잔금 포기를 의미한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치면, 인테리어 다하고 조명달 위치만 남았는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조명도 못달고 전체 인테리어 잔금도 못받는 꼴이다.

사용안했으니까 없던일로 해요~!

대표님, 저희가 자금이 지금 딸려요.. 우선 급하니 빨리 제작해주시면 제작한 사이트로 매출 나는대로 입금할께요. 이건 대박날 거거든요!!

난 참 순진하다. 그말을 정말 믿는다. 그러고는 그 사업 번창을 위해 또 꾸역꾸역 제작한다. 전국학생들에게 PDF 매번 수동 발송하느라 직원들이 밤을 샌다는 것이다. 자동화 사이트면 인건비 두명 분은 아낄텐데 싶어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 겠다 싶었다. 정말 급하게 제작했다.

나는 정말 그 회사를 살리고 싶었다.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왜? 적어도 자기 이름 걸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매너는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말 초고속으로 제작했다. 돌아온 답은 수동발송하느라 정신없어서 이 사이트 운영 인수인계 받을 시간이 도통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것을 자동화 세팅해두어 인건비를 줄일수 있는데도 오늘 당장 보낼 PDF 에 정신없다. 지금 어떨까. 1년이 지난 지금도 수동 발송하느라 그 회사는 업무에 허덕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돈한푼 받지 못하고 이 사이트는 공중 분해 되었다.

사기당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 사이트를 정식 운영한 것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는 건네 받은게 없다고 생각할 수 도있다. 그리고 잔금 줘야하는 것조차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웹 서비스에 대한 소통 부재는 여기서 시작된다. 눈에 보이는 업무가 아니다 보니 이해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고객의 본업이 바빠서 피드백 시간을 한번 놓치면,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그렇게 프로젝트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리면 고객은 그냥 해야하는 숙제로 남지만 우리는 미수금만 계속 쌓인다.

작게는 몇십만원 크게는 몇백만원. 어느날 미수금을 통틀었더니 1700만원..

고객의 귀차니즘 불똥이 테라픽셀에 튀어 불이날 지경이다. 우리도 파트너사 처럼, 일은 많은데 직원 월급줄 돈이 없는 날이 올수도 있겠다 싶다.

그 이후 프로젝트는 선금 입금후 착수하는걸로 공식화 했다. 선금 50% 제작후 50% 하지만 일시납 하는 경우 10% 할인을 해준다.

일시불은 고객들에게는 엄청난 리스크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시납 하는경우 추가 할인혜택을 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익금 10% 덜 받고 리스크를 줄이기로 결정 했다. 10% 가 작은 돈이 아니기에 고객 대부분은 일시납을 결정하신다.

신기한 것은 일시납 하신 분들이 더 적극적이시다.큰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더 애정을 가지고 피드백도 빠르다. 일시납이 고객과 테라픽셀 모두가 중도 포기하지않고, 함께 완주할 수 있는 비결인 셈이다. 테라픽셀은 정식 입금을 한 프로젝트를 최우선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매번 정산 요청해야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만큼 미수금도 현저히 줄었다. 드디어 TO-DO 리스트가 확 줄었다.